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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병훈, 이준목, 김영길 <감응感應의 시간>
서문 예진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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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응의 시간: 몸, 기(氣), 그리고 세계의 리듬

 

현대인은 인공지능과 기술의 급속한 진보 속에서 새로운 형태의 예측과 조정이 반복되는 현실을 살아가고 있다. 이 시대는 감각의 범위가 확장되는 동시에, 인간의 신체적 및 정신적 경험이 점점 축소되는 모순된 국면에 놓여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예술은 다시금 “감응(感應)”—몸과 마음, 물질과 세계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에너지의 교감—의 문제를 소환한다. 이번 전시는 세 작가의 작업을 통해, 기술문명 시대 속에서도 여전히 살아 숨 쉬는 감각의 진동과 생명적 리듬을 탐구한다.

 

김영길은 선(線)과 기(氣)의 흐름으로 세계를 구성한다. 그는 동아시아 서화의 골법과 현대 회화의 즉흥성을 결합하여, 선과 점이 끊임없이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는 운동의 장을 만든다. 그의 작품 속에서 사람과 새, 자연의 형상은 구체적 재현이 아니라, ‘기’의 리듬을 시각화한 기호로 존재한다. 비어 있음 속의 충만함, 혼돈 속의 질서라는 동양적 세계관은 김영길의 화면 위에서 선과 붓질의 흐름으로 되살아난다. 그의 회화는 ‘감응’의 시각적 은유이며, 인간의 내면과 자연의 리듬이 만나는 장(場)이다.

 

도병훈은 시간과 공간, 감각의 층위를 지도처럼 탐구한다. 〈From a Map of Maps〉 연작을 비롯한 그의 작품들은 고지도에서부터 데이터 지도에 이르기까지, 경계와 경계가 맞닿는 지점에서 생겨나는 미묘한 진동을 시각화한다. 그의 화면은 역사적 지도와 개인적 기억, 물질과 감각, 질서와 우연이 교차하는 ‘감응의 지층’이다. 붓질과 얼룩, 농담의 변화 속에서 재료와 감각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하나의 세계가 다른 세계로 스며드는 순간을 포착한다. 도병훈의 회화는 감각과 사유의 지도를 새로이 그려나가는 행위이며, 시간의 결을 따라 마음의 흔적을 기록하는 일종의 ‘감응적 기록’이다.

 

이준목은 인간의 내면을 하나의 ‘풍경’으로 변환한다. 신체적 고통과 감정적 상처를 시각화하며, 비가시적인 통증을 감각적 형태로 번역한다. 거칠고 균열된 목탄의 질감은 통증의 흔적이자 시간의 층위이며, 그것은 고통을 은폐하지 않고 드러냄으로써 오히려 존재의 진실을 비춘다. 그의 작품은 고통을 예술의 언어로 승화시키는 과정이자, 몸과 마음의 깊은 연대를 드러내는 실존적 감응의 서사다.

 

세 작가의 작업은 서로 다른 언어로 표현되지만, 모두 “감응”이라는 키워드로 연결된다. 김영길이 선과 기의 리듬으로 세계를 확장한다면, 도병훈은 시간의 지층 속에서 감각의 진동을 지도화하고, 이준목은 몸의 내면 풍경을 통해 감정의 에너지를 시각화한다. 이들의 예술은 모두 물질과 감정, 시간과 공간, 인간과 자연의 상호 관계 속에서 생성되는 ‘감응의 리얼리티’를 탐구한다. 결국 이 전시는 감각과 사유, 물질과 영혼이 서로 울림을 주고받는 장(場)으로서, 예술이 여전히 인간의 존재를 새롭게 사유하게 만드는 힘을 지니고 있음을 보여준다. 과학과 기술이 만들어내는 차가운 현실 속에서도, 예술은 감응의 온도로 우리를 다시 세계와 연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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