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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레페스타 ForeFesta
Current: 소개

자연의 것 그리고 자연적인 것 사이에서 - 이명호

 

필자는 오래 전 강종권 관장에게 이런 감명을 던졌다. 자하미술관은 기차바위가 지붕처럼 역할을 하고 서울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라고. 자하미술관이 위치한 인왕산은 600년 전 당시 기품 있는 왕자의 비밀정원으로 존재했으며 아직까지 숲이 잘 보전된 아름다운 산이다. 이곳을 동경하고 있는 본인은 자하미술관으로부터 '포레페스타(ForeFesta)'와 관련된 글을 제안 받았다. 포레스타(Foresta)는 '숲'이라는 뜻의 어원에서 유래했으며, 주제가 된 숲은 살아 숨쉬는 생명의 무한한 에너지와 드넓은 휴식 공간을 제공한다고 했다. 전시인 포레페스타(ForeFesta)는 숲의 축제로서, 숲을 미술 작업의 원천으로서 내면화하고 시각 언어로 표상해 온 작가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담는다고 했다. 기획자가 아님에도. 뜬금없이 글을 쓰라기에.... 어리둥절 마냥 손을 놓고 미루고 있다가 지긋이 바라도 보고 가만히 느껴도 보니 나와 아예 뜬금없지만은 않더라... 전시 주제와 필자 사이에 나름 결이 닿았노라 여겼기에 곰씹어 보니, 일견 일리가 있더라. 그 뜻은 자연의 것에서 영감을, 자연적인 것으로 표현에 익숙해진 필자의 사례를 빗대어 한번 써보기로 했다.

 

 

이화여고 교사터의 한그루 회화나무를 보고

지난 수백 년 간 우리 역사의 한복판, ‘덕수궁’ 한 편을 묵묵히 지켜온, 지켜본 회화나무 한 그루. 회화나무는 ‘괴화목’이라고도 하는데, 귀신을 쫓는다는 뜻에서 유래한 이름처럼 상서롭기 그지없다. 그 역사를 온몸으로 재연하듯 고사 판정을 받고서 십 수 년 만에 부활했다. 문득 생각도 해보고. 지금이 있기까지 그 덕일까? 회화나무는 마치 할 말이 있다는 듯 나를 불러 세웠고, 홀린 듯 멈춰 섰지만, 정작 그 회화나무는 내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할 말이 너무 많아서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듯. 내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나는 무슨 말이 하려는지 알 수 있었고, 나는 그 회화나무에 얽힌 이야기를 작품에 담았다. 할 말이 많지만 절제하여 표현한 나처럼 젊은, 차세대 작가들은 자신의 감정을 어떻게 해냈을까?

 

전시작가

40세 이하의 젊은 청년 작가... 자연으로 청년들은 어떤 이야기를 나눌까? 박주애, 김유림, 오한솜, 김 산, 황문정, 김다슬, 노경민, 고현우, 이치현, 육은정, 김규진, 김리현, 김푸르나, 나누리, 김나래 총 15명의 작가는 이번 전시에 회화, 영상, 설치 등 다양한 장르를 활용하더라. 꾸준히 변화하는 작은 픽셀들, 회화 이후의 다른 매개체로 작가들은 저마다의 축제와 소신을 말한다. 한때 아름다운 정원에서의 삶을 꿈꾸었을 왕자의 비밀정원을 생각하며 꾸민 듯 하기도 하다. 그들의 사적 이야기는 어떻게 축제로 바뀌었을까?

 

박주애 작가 : 사적인 경험과 내면의 감정을 바탕으로 설치 작업을 한다. 제주에서 태어나고 자란 작가는 예술가로서 자연에서 재료를 찾고 모으는 것이 곧 자신의 삶을 지탱하는 재료를 모으는 것이라 믿는다. 신비로운 이 숲은 고향의 포근함을 전하는 동시에 치열하게 삶을 꾸려가는 과정을 떠오르게 한다.

 

김유림 작가 : 작가의 환상의 숲은 이상과 현실이 교차하는 헤테로토피아적 공간을 그린다. 현실 속 꿈의 공간을 푸르게 형상화한 사려니 숲, 삶의 연속성과 시간성을 강조한 블루의 시간. 이상과 현실이 충돌하는 숲은 작가에게 치열한 예술적 탐구의 장이 된다.

 

오한솜 작가 : 식물들이 단단하게 얽혀있는 숲에서는, 생명의 탄생과 죽음의 무한한 반복이 지속한다.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에서 오는 상처나 회의감 허무함은 정도는 다르더라도 모든 사람이 한번쯤 느껴봤을 일이라고 생각한다. 작가는 그런 상황을 겪어봤을 이들에게 공감과 위로를 건내고 싶다.

 

김산 작가 : 김산의 작품은 제주 풍경을 배경으로 상상과 기억이 결합된 재현적 풍경을 그린다. 그는 백록을 통해 자연을 수호하고자 하는 염원과 존재의 의미를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그의 풍경은 현실과 다르지만 자연 보존에 대한 존중과 환상적 조화를 담고 있다.

 

황문정 작가 : 변화가 잦은 성장환경은 도시의 질서 체계를 구성하는 요소를 관찰하는 습관을 길러주었다. 작품 <세 나무가 함께 사는 방법>은 합판으로 공간을 세군데로 나눠 같은 공간이지만 다른 서식환경을 만들었다. 서로를 볼 수 없는 환경에서 사는 나무를 통해 삶의 공유와 성장을 이야기 한다.

 

김다슬 작가 : 확산형 생성모델(Diffusion Model)을 통해 생성된 무한히 확장되는 풍경 이미지 위에 인위적인 노이즈를 삽입하여, 완벽히 매끄럽고 기계적으로 완성된 디지털 풍경 속에 균열과 틈을 만들어낸다. 작품 속 색채와 형상은 자연의 시선으로부터 비롯된 은유적 풍경이며, 이를 통해 인간 중심적 시각에서 벗어난 새로운 감응의 방식을 제안한다.

 

노경민 작가 : 노경민은 개인과 사회·역사 사이에 유기된 것들을 발굴하고 기억하며, 삶을 관통하는 본질을 탐구한다. 그는 외조모의 회고록을 바탕으로 학살과 차별의 역사를 조명하며, 퍼포먼스와 조각을 통해 장소의 기억을 형상화한다. 작가는 체화하는 방식으로 실존과 그 이면의 본질을 조각하고 기록한다.

 

고현우 작가 : 고현우는 금속의 표면을 녹여 쌓으며 흐름의 형태를 만들어 그 에너지를 표현한다. 작은 흐름에서 시작해 뒤섞이며 방대해지거나, 본래의 것을 잃고 형태가 사라지기도 한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흐름은 변화하고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내어 자연에서의 유기성을 탐색하게 만든다.

 

이치현 작가 : 최근 걸어 다니는 식물을 보게 되었고, 그 모습은 놀랍고 신기하기보다는 알 수 없는 공포와 불안이 느껴졌다. 이러한 상상 속에서 새로운 생명체들이 과거의 유산을 재구성하는 모습을 그려보면서 자연의 순환과 변화를 상징하며 생명체끼리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느끼게 한다.

 

육은정 작가 : 나는 원초적인 자연의 형태와 구조를 회화를 통해 바라보고, 그것이 어떤 방식으로 존재하는지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자연은 가뭄, 폭우, 수확, 채집 같은 직간접적인 작용을 통해 생존하고자 하는 움직임을 내포하고 있으며, 나는 이러한 생존의 흔적을 회화 안에 담아내고자 한다.

 

김규진 작가 : 동심을 형상화하는 작업은 순간마다 나에게 치유의 과정이기도 했다. 언어의 사용 없이 시각적 소통이 가능한 대상들로 나의 감정을 대변해 주었다. 이 작품들은 내 유년 시절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한 느낌, 성인이 된 세대들의 회상전이자 동심으로 돌아가기 위한 나의 소망이다.

 

김리현 작가 : 인간이 욕망하는 보석과 자연물을 결합하여 실존하지 않는 인공의 꽃을 만든다. 언젠가는 시들어 죽기 마련인 식물에 현대인이 욕망하는 것들을 다이아몬드라는 대상으로 상징화하고 결부시켜, 사라질 것을 알면서도 갈망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인간을 투영한다.

 

김푸르나 작가 : 영상, 설치, 퍼포먼스를 활용해 현대 사회에서 미디어가 초래한 감각의 변화와 신체적 변형을 실험한다. 작품은 미디어 시대 속 인간과 기술의 관계를 비판적으로 성찰하며, 관객이 신체를 통해 직접 경험하도록 유도한다. 전시는 관객이 미디어 환경 속 자신의 신체와 감각을 자각하도록 하는 장을 형성한다.

 

나누리 작가 : 나누리는 곳곳의 나무들에 때로는 섬세하게 때로는 강렬하게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공간을 가로지르는 생명의 물은 그 색채가 진하고 선명하다. 생명력으로 가득 찬 버드나무와 꽃이 그 불완전함을 유연함으로 바꾸기도 하며, 이 불완전함이 도리어 전체 공간에 숨을 불어 넣는다.

 

 

김나래 작가 : 자연, 동물, 인간이라는 소재를 통해 ‘평화롭고 행복’한 세계를 표현한다. 작품은 초현실적인 요소가 담긴 세계를 배경으로 우화같은 독창적인 비주얼내러티브로 구성되었기에 상상력을 자극한다. 고채도의 밝은 색채는 다채로운 시각적 즐거움을 주고 작품에 민화적 요소를 녹여내 이목을 끄는 강렬하고 밝은 색채를 사용한다.

 

작가 저마다의 사연이 담긴 <포레페스타 ForeFesta>는 관람객들에게 정직한 감성과 사려 깊은 생각이 들게 할 것이고 참여 작가들은 자연 소재의 매개체로 인해 포용과 치유, 도전과 환희의 공간으로서 다양한 의미를 만든다. 동시에 다양한 program으로 격려를 받으며 공감을 얻고자 한다. 더 나아가 이번 전시는 단지 육안으로 확인되는 풍경을 그림으로 그리기 보다, 작가 내면의 심상을 풀어내는 '화업행각(畵業行脚)'이라고 할 수 있다. 만약 당신이 작품들을 모조리 조회한다면, 청년작가들의 시선으로 전하는 특별한 이야기들을 모두 만났다 할 것이 분명하다.

 

 

자연적인 것, 자연의 것

 

서로 사뭇 결이 다르게 보일지라도, 그냥 우두커니 바라보니 문득 희미하게나마 연결 통로가 보이기에 더듬고 더듬어 굳이 이쪽 저쪽 갔다 왔다 나름 부산을 떨었다. 자연의 것, 자연적인 것...... 대개는 자연의 것에서 영감을 받고 자연적인 것으로 표현을 하는데, 작가는 자연적인 것에서 영감을 받아 자연의 것으로 표현을 하는 건 아닌지...... 마치 시인이 시의 것에서 영감을 받아 시적인 것으로 표현을 하기보다 시적인 것에서 영감을 받아 시의 것으로 표현을 하는 것처럼......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작품 앞에서 좌절했을지도 모르고 삶에 대해 주저했을 젊은 작가와 청년들에게 메시지를 보내고자 한다. 어렵다고 느껴지는 세상, 자연스럽게 축제를 즐겨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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