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ForeFesta
새순의 푸릇함과 가능성을 내포한 세계가 펼쳐진다. 강한 생명력을 지닌 어린순들은 척박하고 앞을 알 수 없는 세상에서 작품으로 자신을 알아가고 있다. 이상적 공간, 스스로의 치유, 삶의 고찰에 대한 작가의 메세지를 저마다 다른 물성으로 담아낸다. 새순 같은 청년 작가들의 이야기가 이곳에 머문다. 저마다의 메시지가 담긴 작품들이 모여 하나의 축제를 이룬다.
인왕산 중턱에 위치하여 숲이 우거진 자하미술관은 새순들의 축제로 거듭난다. 나무, 풀, 자연을 소재로 삼은 작가들의 터치가 찬란한 빛으로 탈바꿈한다. 평면 작업들은 힐링과 치유, 자연스러운 물성으로 목소리를 낸다. 입체 작업은 제작자의 시선과 관람자의 시선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자연친화적인 내용을 강조한다. 인왕산은 메시지가 녹아든 장소가 된다.
바람 소리: 밀접한 공간
바람을 오롯하게 느끼며 자연과 밀접하게 연결된 야외 작품은 작가의 내면을 담고 있다. 고현우는 금속을 한 점씩 쌓는 과정으로 삶의 축적과 성찰을 기록한다. 김규진은 닳고 부서진 장난감과 캐릭터들을 통해 유년 시절의 추억과 동심, 그리고 현재와 과거 사이의 심리적 거리를 시각화한다. 김리현의 시리즈 중에서 전시되는 Daydream 시리즈는 인공적 아름다움을 꽃의 형상으로 시각화하며, 자본주의 속 욕망의 본질을 성찰하게 한다. 이치현은 금속을 통해 식물의 진화와 생존 방식을 형상화하며, 인간과 자연의 관계, 공존의 필요성을 성찰하게 한다.
나무와 물: 이상적인 시선
보통의 풍경을 넘어서 이상적인 공간을 담아낸 작가들의 시선을 파악할 수 있다. 김나래 작품은 자연과 전통, 기억과 상상을 결합해 내면의 평화·삶의 성찰·이상향·일상의 행복을 시각화한다. 김산은 본향 시리즈로 관람객과 소통한다. 작가는 죽음의 문턱에서 되찾은 삶의 본질, 생명과 회복의 이야기를 담은 작업이다. 김유림의 숲은 고향의 기억과 경계의 유동성을 담은 블루의 파동으로 표현되며, 디아스포라적 존재의 의미를 탐구하고 있다. 나누리 작가는 물성을 활용하여 회복과 생명력을 숲의 이미지로 형상화하고, 자연의 순환과 희망을 탐구한다. 설치 작가인 박주애는 자전적 서사와 여성의 몸, 자연의 생태적 관계를 매개로 소프트 조각·도자를 융합하여, 불완전함과 상처 속에서 삶과 생명의 전환적 에너지를 표현하고 있다. 오한솜 작가는 숲과 시간의 순환을 통해 내면의 상처와 성장을 성찰하며, 변화 속에서도 이어진 자연과 내면의 흐름을 장지에 표현하고 있다. 육은정은 자연의 생존 흔적을 색과 선, 질감의 움직임으로 담아 형체와 감각을 회화로 표현하는 작가이다.
빛의 소리: 빛에 닿은 자연
색다른 시선으로 자연의 풍경을 바라보는 작가들은 기술을 활용하여 공존을 이야기 합니다. 김다슬은 인공지능과 디지털 기술을 매개로 인간과 비인간,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확장하며 지속 가능한 미래와 새로운 감각적 공존 가능성을 탐구한다. 김푸르나는 현미경으로 식물의 이미지를 해체·재조합해 전통과 디지털 패턴을 병치하며, 변화하는 몸과 감각의 새로운 인식을 제안한다. 노경민은 외조모의 고향 집에서 마주한 자연과 기억을 옥수수대와 감나무, 산업 재료로 직조·조각하며 사라져가는 생동과 공존의 단면을 드러낸다. 황문정은 인간이 만든 구조 속에서 나무와 잡초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적응·공존하는 모습을 통해 생명체의 관계성과 인간 중심적 세계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한다.
숲을 감싸고 있는 자연물과 빛, 바람은 현장의 생동감을 오롯이 받아들이며 작가 내면의 소리를 강조한다. 이번 전시는 실내와 실외를 활용하여 숲이 들려주는 소생, 희망, 치유, 환희의 목소리를 작가들과 함께 담고 있다. 작가들은 저마다의 스토리를 담아 조각, 회화, 영상, 설치를 매개로 삶·추억·욕망·자연을 성찰하며 인간 존재와 세계의 의미를 탐구한다. 새순의 에너지를 받으며 자하미술관은 숲에서 진행하는 축제, 그 자체를 펼치고 있다.
김문정 큐레이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