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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 안내

○일시: 2023.3.12(일) ~ 3.26(목)

○장소: 자하미술관

○시간: 10:00~18:00 (월요일 휴관)

○장르: 회화

○ 오프닝: 3월 12(일) 오후 2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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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 소개

 

자하미술관에서 여수 작가 박금만의 개인전이 3월 12일부터 26일까지 진행된다. 박금만 작가는 여순항쟁이라는 한국 근현대사의 아픈 사건을 토대로 사실적인 역사화를 그려오고 있다.  그가 그리는 “여순항쟁”은 해방 이후 날카로운 이념대립의 시기였던 1948년 10월, 여수 주둔 국군14연대가 제주도 토벌 명령에 항명하면서 여수시민들이 이에 호응하여 7일간 지역을 장악하였던 사건을 말한다. 당시 전라도 지역 군경의 진압 과정에서 수많은 학살 피해가 일어났다. 작가가 태어나기도 한참 전에 일어난 과거의 여순항쟁을 주제로 작업을 시작하게 된 연유를 거슬러 올라가보면 그 곳에는 가족이 있다. 당시 작가의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남동생은 빨치산에게 쌀을 지게로 옮겨주었다는 이유로 몸에 파란 잉크가 뿌려진 채 총살되었다. 이후 할아버지를 잃고 생활고를 겪으며 자녀들을 홀로 키워내셨는데, 세월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은 가족들에 대한 기억은 <버선이 벗겨지던 날>(2022) 작품에서 할머니의 발목에 난 상처 자국으로 어렴풋이 드러난다.

 

그러나 작가는 유가족이라고 하여 역사적 사건을 과장하거나 단순히 추억하는 데 머무르는 대신 여순항쟁 사건에 관한 자료와 관계자들을 연구하는 자세로 작품에 임해왔다. 회화를 통하여 때로는 현장에 대한 실제 기록을 기반으로 때로는 작가의 상상을 더하기도 하면서 최대한 여순항쟁의 현장과 당시의 여순 시민들이 살아가던 일상을 다양한 양상으로 보여주고자 한 것이다. 4m 길이가 넘는 대작 <여순항쟁행진도-함꾸나가세>(2021)의 경우, 여순특별법의 제정과 여순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는 동시대의 인물들을 작가가 여수의 심장이라는 진남관을 배경으로 함께 모여 걸어나가는 모습으로 재구성한 작업이다. 작가는 여순과 관련하여 인터뷰를 했던 관계자들의 면면을 한 명 한 명 섬세하게 새겨넣었다. 이처럼 박금만의 회화는 담담하게 사건의 본질에 집중한 결과물이다.

 

이번 자하미술관 전시에서는 총칼을 겨누는 급박한 현장에서 잠시 벗어나 여순항쟁의 시기를 살다 간 여성들의 모습을 통하여 일상적 단면을 보여주고자 한다. 그 곳에는 집을 나가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오빠를, 아버지를 기다리며 우두커니 앉아있는 동백섬의 소녀들이 있으며 꽃과 새들이 함께 슬픔을 나눈다. 콘테 기법으로 그려진 이 흑백 작업들은 사실적이면서 동시에 시대의 아픔이 서정적으로 스며있어 먹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여순을 살다 간 이들의 모습은 부드럽지만 그래서 더욱 선명한 진실을 전달하는 듯하다. 봄바람이 불어오는 3월, 《10.19 여순을 살다》 여순사건의 희생자들을 따스하게 위로하는 듯한 작가의 손길과 동시에 그들에 관한 기록을  전달하는 강인한 힘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박유한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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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순사건은 1948년 10월19일 여수군 주둔14연대의 제주 진압 명령을 거부하고 항명하면서 시작되어 다음날 정부에 억눌렸던 여수시민들이 항쟁으로 호응하여 7일간 여수를 장악하였던 사건이다. 그 여파가 순천 및 전남 동부, 전라북도, 경상남도에 걸쳤으며 군경의 진압과정에서 수많은 학살의 피해가 일어났다. 처음 여순 항쟁에 의해 희생된 수많은 사람들과 사건들을 작업으로 기록하기 시작했을 때, 나는 의외로 담담하게 작업해나갈 수 있겠다 생각했다. 그러나 작업이 거듭되면서 가슴이 막히는 느낌이 들기도 하며 어느 때는 너무 우울해 세상 모든 것이 싫어지기도 했다. 74년이나 지난 일이 현재의 나와 무슨 상관일까? 그러나 여수에서 태어나고 생활하는 시간이 쌓일수록 나는 많은 것들이 여순에서 현재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여순의 잔재는 지금도 내 주위를 맴돈다. 실제로 나는 거의 매주 여수 구시가지 주변에서 여순의 흔적을 찾는다. 지금도 발견되는 당시의 탄피, 약병, 단추, 옷가지, 칫솔 등 나는 지금도 여순을 살고 있다.

 

그럼에도 작품에서 사람들의 아픔, 죽음, 사건, 항쟁을 지속해서 작품화하다보니 당시 여성들의 삶이 눈에 들어왔다. 빨갱이라는 누명을 쓰고 죽은 남편 때문에 남편을 죽인 사람과 재가해 자신과 아이들을 지킨 여인이 있었고, 집안의 가장이 죽었을 때 그 가족을 책임지기 위해 모든 것을 견디며 삶은 이어간 여인도 보였다. 남편과 남동생을 동시에 잃고 혼자서 자신의 가족과 남동생의 가족까지 아홉 식구를 건사한 나의 할머니 또한 그런 여인들 중 한 분이었다. 질곡을 견디며 여순을 살아간 여성들에게 이번 개인전 《10.19 여순을 살다》를 통하여 늦었지만 따스한 위로를 건넨다.

박금만 작가노트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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